존 레논의 카달로그 재발매 캠페인 10월에 스타트 by 석원

오늘이 링고 스타Ringo Starr의 생일입니다. 그냥 생일이 아니라 70살이 되는 날이라고 하네요. 그이야기인즉슨 동갑인 존 레논John Lennon이 살아있었다면 몇 달 뒤 같이 70살이 된다는 이야기지요. 어차피 불가능한 상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70살의 존 레논, 상상이 어렵습니다.

반년 전의 포스팅(2010년, 비틀즈 관련 아이템은 무엇이 나올까?)에서 예상했듯이, 사실 예상이라기보다는 당연한 수순인데, 존 레논 탄생 70주기를 기념하는 이벤트의 개요가 공개됐습니다. 이름하여 “Gimme Some Truth” 캠페인. 이미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 새로운 소식은 아닙니다.

그런데 캠페인 내용이 다소, 아니 솔직히 매우 많이 실망스럽네요. 일주일전 메일박스에서 관련 메일을 읽고 자동적으로 “이런 니X럴”이라는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것이 죽은 존 레논을 되살려낼 것이 아니라면 사실 존 레논과 관련한 녹음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낼만한 것은 이미 다 나왔고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노골적인 재탕, 삼탕 기획을 내놓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선 아직은 존레논공식사이트의 보도자료가 알려진 유일한 내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세부적인 부분에서 더 확인할 것은 남아있지만 중요한 셀링포인트라면 1차 보도자료에 다 나올 것이기 때문에 무언가 획기적인 내용이 추가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Gimme Some Truth 캠페인의 골간은 존 레논이 발표한 오리지널 앨범 8종의 리마스터링 재발매입니다. 이걸 뼈대로 몇가지 서브 기획이 들러붙은 형태입니다.

아시다시피 존 레논의 솔로 앨범 카달로그는 21세기 들어서면서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되어 지난 2005년에 마무리 됐습니다. 그러니까 리마스터링된 “Imagine" 앨범을 기준으로 하면 10년이 지났고 마지막 업데이트를 기준으로 하면 5년이 지났습니다. 10년 정도면 새로 업데이트할만도 한데, 또 5년만이라고 생각하면 사람 놀리는 격이고 좀 애매하긴 합니다.

아무튼 이번 재발매의 가장 핵심 요소는 그냥 업데이트가 아니라 ‘오리지널 마스터 믹스의 리마스터링’입니다. 무슨 이야기인가하면 2000년대 들어 나온 존 레논의 리마스터링 앨범들(보통 밀레니엄 에디션이라고 부릅니다)은 대부분 단순한 라미스터링이 아니라 리믹스버전이었습니다. 리믹스 했다는 것은 오리지널 앨범을 제작할 때 사용한 바로 그 마스터가 아니라 그 이전의 멀티트랙 녹음테이프로 다시 믹싱을 거쳐 새로운 마스터를 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해 구판 CD와 2000년에 새로 나온 "Imagine" 앨범은 같은 앨범이 아닙니다. (하지만 벨벳의 네 번째 앨범이나 스투지스의 "Raw Power"처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믹싱의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밀레니엄 에디션의 세부 내역은 이렇습니다. 뒤의 숫자는 보너스 트랙의 개수입니다.

• John Lennon/Plastic Ono Band (1970) - Remixed & Remastered +2
• Imagine (1971) - Remixed & Remastered
• Some Time In New York City (1972) - Remixed & Remastered +2
• Mind Games (1973) - Remixed & Remastered +3
• Walls and Bridges (1974) - Remixed & Remastered +3
• Rock ‘n’ Roll (1975) - Remixed & Remastered +4
• Double Fantasy (1980) - Remastered +3
• Milk and Honey (1984) - Remastered +4

컴백앨범과 유고작인 마지막 두 앨범을 제외하고는 모두 리믹스된 버전들입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재발매되는 CD들은 밀레니엄 에디션의 마스터를 새롭게 리마스터링하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LP와 구판 CD를 제작할 때 사용된 그 마스터를 업데이트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두 번째 리마스터링이 아니라 첫 번째 리마스터링일 수 있습니다.

특히 보도자료에서 확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맥락을 보면 “Some Time In New York City”는 밀레니엄 에디션처럼 싱글디스크 버전이 아니라 LP와 구판의 트랙리스트를 온전하게 살린 2CD버전으로 제작할 것 같습니다. 이건 좀 반갑네요.

그리고 “Double Fantasy”는 ‘Stripped Down’이라는 부제가 붙은 뉴믹스와 오리지널 믹스를 함께 담은 2CD 버전으로 발매합니다. 스트립드 다운 버전이란 "Let It Be... Naked"처럼 오버더빙을 최소화해 기본연주트랙과 존 레논의 보컬만이 살아있는 것입니다. 이걸 굳이 왜 만들었는지 짐작이 안가는데, 아마 앨범 발매 30주년이라 특별취급을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모든 CD는 비틀즈 카달로그 재발매와 같은 디지슬리브(지갑형 디지팩)로 제작합니다. 오리지널 아트워크를 최대한 재현한다고 하니 기대해볼만 하겠습니다. 영국 체류시절에 녹음한 앨범은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앨런 라우즈Allan Rouse가 담당했고, 미국에서 녹음한 트랙들은 뉴욕 아바타스튜디오의 조지 마리노George Marino가 담당했습니다. 밀레니엄 에디션의 경우 영국 쪽은 피터 코빈이, 미국쪽은 역시 조지 마리노였던 것에 비하면 영국 쪽 마스터 엔지니어가 교체된 셈입니다.

라이너 노트도 대서양 양쪽의 거두를 동원했습니다. 영국을 대표해서는 MOJO편집장을 지냈던 폴 두 노이어Paul Du Noyer가 미국쪽을 대표해서는 롤링스톤 출신의 앤서니 드커티스Anthony DeCurtis가 라이너 노트를 분담했습니다. 일단 개별 발매되는 CD들의 라이너 노트는 폴 두 노이어가 전담입니다.

보도자료에는 보너스 트랙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현재 오노 요코 여사가 EMI의 최초제안에 미발표곡에 관한 것이 있었다고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보도자료의 전체내용을 놓고 추정해 보면 밀레니엄 에디션에 들어있던 보너스트랙도 안 들어있는 정말 오리지널 앨범의 트랙 그대로 일 것 같습니다.

지난 해 비틀즈 카달로그 재발매 때와 마찬가지로 개별 앨범을 모은 박스세트도 같이 발매됩니다. 타이틀은 “John Lennon Signature Box”입니다. 박스의 구성은 CD 11장과 존 레논의 판화 재현품, 미공개 사진 등을 담은 하드커버 북(책의 집필은 앤서니 드커티스가 담당)이 추가됩니다. 앞의 8장의 앨범 중 두 종이 더블디스크세트이므로 총 10장인데 여기에 싱글로만 발표했던 트랙과 미발표 녹음을 담은 디스크가 추가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요, 새로 만든 리마스터링 음원을 사용한 베스트 앨범도 동시에 발매됩니다. “Power To The People: The Hits”라는 약간 앞뒤가 안 맞는 제목의 새 베스트 컴필레이션은 통상판과 Experience Edition이라는 더블디스크버전으로 제작됩니다. 수록곡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단 15곡이라고 합니다. "Lennon Legend"가 20트랙이었던 걸 생각하면 좀 너무하네요. Experience Edition은 일본 쪽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로는 DVD가 추가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역시 디지슬리브로 제작하고 라이너는 폴 두 노이어가 담당.

여기까지는 실망스럽긴 해도 예상 가능한 범위였는데 진짜 막장은 지금부터입니다. 8종의 개별 앨범 리마스터링과 이걸 모은 박스세트, 캐주얼 팬을 위한 베스트컴필로 끝나면 좋을 것을 “Gimme Some Truth”라는 이름의 4CD박스가 또 같이 발매됩니다.

“Gimme Some Truth”는 각 디스크마다 테마를 두고 거기에 해당하는 존 레논의 곡을 모은 컴필레이션으로 총 72곡이 수록됩니다. 테마는 존의 록큰롤 취향을 담은 ‘Roots’, 정치적인 곡들을 모은 ‘Working Class Hero’, 사랑노래 모음인 ‘Woman’, 인생에 관한 노래인 ‘Borrowed Time’ 이렇게 4가지입니다. 라이너는 미국쪽의 드커티스가 담당했습니다.

이건 그냥 개별적으로 나왔어도 신선하지도 않은 우려먹기로 욕먹을 판에 대규모 재발매 캠페인과 함께 나오니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네요. 아마 콜렉터들보다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쇼핑시장을 염두에 둔 기획으로 보이는데 이런다고 사람들이 존 레논을 재발견하거나 더 열심히 기억하는 것도 아닐 터인데 오노 요코 여사의 조급증이 세월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쯤 되면 캠페인 헤드도 “Gimme Some Truth”가 아니라 “Show Me the Money”로 바꾸는게 어떨까 싶네요.

Imagine no possession...

캠페인의 런칭은 존의 생일 10월 9일에 맞추어 10월 4일에 시작합니다. 모든 기획은 디지털 다운로드 패키지도 동시 발매됩니다. LP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습니다.



덧글

  • 유투왕빠 2010/07/08 00:46 # 삭제

    비루하게나마 나름영위해온 음반오덕인생에 있어 레논 컬렉팅은 그야말로 원샷원킬 사례가 될듯합니다.. 무조건 시그네쳐박셋 고고싱..ㅋ 또,비틀스박셋 스테레오반이 매우 흡족했던 저로선, 개별반들 퀼리티도 기대되고, 박스에 포함될거라는 하드커버 북도 기대가 되네요..ㅋㅋ

    아그런데 비틀스 엘피 리마스터링반 재발매에 대한 소식은 혹시 어찌되가는지... 레논작들과 비슷한 시기에 나오게되면, 그것도 참 애매하지싶네요.. 둘다 규모가 작은 기획들도 아니고...

  • 석원 2010/07/11 01:10 #

    비틀즈 LP 리이슈야 뭐 자원재활용 수준이니 논외인거 같고, 비틀즈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 나온다는 레논 박스는 개별CD의 집합입니다. 즉 동일한 물건.
  • giantroot 2010/07/08 02:36 # 삭제

    기존 버전도 그리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것 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기획이네요.
  • 석원 2010/07/11 01:08 #

    그래도 아직 이 분야의 본좌인 엘비스 코스텔로 정도는 아니라는게 그나마 다행...
  • 희주 2010/07/11 23:08 # 삭제

    허 거참 말이 안나오는 우려먹기군요.. 비틀즈보다 더 심한듯 ㅋ
  • 석원 2010/07/12 23:52 #

    앞으로 더 심해지겠지요...
  • ... 2010/07/13 07:58 # 삭제

    이로써 요코여사의 노후은 더욱 탄탄해 졌군요..
  • 석원 2010/07/22 10:24 #

    굳이 재테크 안하셔도 이미 3대가 풍족할 재력을 갖추신 분이신데요 뭘...
  • 화이트퀸 2010/07/23 16:39 # 삭제

    왠지 Double Fantasy만 사게 될 것 같아요.
    본격적인 '레논 우려먹기'가 시작되는 것인가요 ㅎㅎ
  • 석원 2010/08/07 23:54 #

    뭐 아직 옛 아티스트 우려먹기 등급에서 존 레논은 B-수준입니다. 아직은 양호한 편이지요.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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