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r note] Daniel Kwon, "Layin' in the Cut" by 석원



Daniel Kwon, "Layin' in the Cut" 국내판(비트볼)을 위해 쓴 라이너 노트


질문: 아시아계 미국인 청년이 자신의 혼란한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록큰롤을 선택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일까?
A. 아니다.
B. 그렇다.



A. "록은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20세기에 등장한 모든 음악장르 가운데 가장 정체성이 모호한 영역이다. 이 음악은 기원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확실한 정의도 규범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50여년간 무한히 증식해오다 이제는 무엇이 록인지, 무엇이 록이 아닌지의 구분조차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프랑스 철학자의 표현을 빌려오면 '주체도 목적도 없는 과정'이 돼버렸다. 차라리 하우스나 유로비트는 목적과 방법이 뚜렷한 완성된 음악이다. 록으로 소수자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은 정체성을 찾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에게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CD를 잘못 구입하셨다. 늦기 전에 구입처에서 반품하시거나 이웃친지들에게 양도하자.

B. 왜 록은 청년문화의 주요한 상징이 됐을까? 지금은 비록 그 빛이 바랬지만 여전히 록은 경계와 규범을 넘어선 이민족의 젊은이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예술영역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록이 가지는 개방성과 에너지, 현대사회의 불안정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형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록은 가장 보편적인 대중음악 형식이 됐다. 특히 민족이 섞이고, 문화가 섞이고, 삶이 뒤섞이는 오늘의 세계에 록보다 더 혼합된 정체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표현양식도 드물다. 이 음악은 태생이 교합으로 시작했고 발전과정도 다른 장르를 뒤섞으며 확장됐다. 백인이 아닌 미국인의 정체성을 대변해 줄 음악이 록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컨트리? 판소리?

Cosmopolitan
다니엘 권Daniel Kwon은 1982년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자신이 손수 쓴 이력에 따르면 싱글마더 가정에서 나고 자랐으며 고향은 펜실베니아다. 그의 혈통이 우리에게 특별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오히려 그의 음악세계를 오해할 근거가 될 수도 있으니 잊어버리자. 미국 사회에서 결코 주류가 될 수 없는 아시아계가 그의 소속이라는 것만 기억하자.
섣부르게 지레짐작해서는 안 되지만 사춘기의 미국아이에게 싱글마더와 아시아계라는 조건은 확실히 고민을 더하면 더했지 덜어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이 그러하듯 다니엘 권도 그림과 노래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려고 했다. 이 시기를 표현하면서 그는 교회를 유독 강조한다. 학교나 동네보다 더 편하고 위안이 됐던 공간이 교회공동체였던 것으로 보인다.

Demo
교회에서 크리스천 록을 열심히 흥얼거리던 다니엘 권은 2006년 무렵부터 자기 방에서 녹음한 노래들을 마이스페이스에 한 두곡씩 올리기 시작했다. 20여곡에 달하는 데모 녹음들을 보면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다빈치코드"에 기반 한 'A Draconian Angel's Lament'도 있고 종교적 배경을 드러내는 'Jesus Expo '76' 같은 노래도 있다. 비틀즈의 'Here, There and Everywhere'도 커버했다. 'Deja Vu'는 제목만 보고 크로스비, 스틸즈, 내쉬 & 영CSN&Y의 곡이 아닐까 했는데 예상은 빗나갔지만 역시나 같은 밴드의 'Guinnevere'를 떠오르게 한다. 교회에서 크리스천 록을 듣던 학생이 어쩌다가 CSN&Y로 빠져나갔는지 궁금하다. 당시 데모 녹음의 일부는 지금도 그의 마이스페이스에서 들을 수 있다.

EP
우연히 다니엘 권의 마이스페이스를 방문한 일본 밴드 램프Lamp의 소메야 타이요染谷大陽는 일본으로 건너와 밴드와 함께 녹음할 것을 제안했다. 그래서 2007년 여름 램프가 앨범 "ランプ幻想"을 제작하는 중간에 다니엘 권과 소메야 타이요는 6곡을 녹음했다. 절반은 원맨밴드 형식으로 절반은 밴드의 지원으로 녹음됐다. 다니엘 권의 데뷔 EP는 이 여섯 곡과 이어진 겨울에 녹음한 'Quietly'를 묶어 만든 것이다.
EP의 타이틀격인 'Tiger's Meal'과 이어지는 'Against The Grain'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노랫말에 담고 있다. 특히 'Against The Grain'에서는 자기 자신을 미국이라는 숲에서 길을 잃은 호랑이로 묘사하고 있다. (I'm just a far-east asian tiger, lost in the woods) 또한 데뷔 EP에 실린 곡들은 공히 교회나 예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과 묘사가 들어있다. 그러나 다니엘 권에게 예수와 교회는 신앙의 기쁨이 아니라 존 레논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고통을 확인하는 수단'일 뿐이다. 변경되기 이전 그의 마이스페이스 주소는 '한숨(hansoom)'이었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의 문화적 배경이나 혈통, 이를 표현한 노랫말을 당연히 무시할 수 없지만 그의 음악이 가지는 비범함을 진지하게 수용할 때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니엘 권은 실험적 표현을 위해 음악적 재미를 희생하지 않고, 대중성을 위해 맹목적으로 주류의 흐름을 추종하지도 않는 대담함을 보여준다. 에밋 로즈Emitt Rhodes의 목소리로 프랭크 자파Frank Zappa의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를 만나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낯선 아티스트는 그래서 싱어송라이터와 아방가르드와 팝이라는 세 가지 얼굴을 모두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그에게서 한국인의 얼굴만을 찾아내려고 한다면 그건 대단히 어리석고 슬픈 일이 될 것이다.
다니엘 권을 주목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당연히 그의 음악이고, 그의 음악은 경계가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왜 록이 더 의미가 있는지 증명한다. 그래서 다니엘 권의 선택은 현명할 뿐만 아니라 고마운 일이다. 그의 다음 작업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다니엘 권의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motelcheeseburger

by 장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