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Photograph: The Very Best of Ringo Starr 리뷰 by 석원


Photograph: The Very Best of Ringo Starr (2007)
Ringo Starr


1. Photograph
2. It Don't Come Easy
3. You're Sixteen (You're Beautiful and You're Mine)
4. Back Off Boogaloo
5. I'm the Greatest
6. Oh, My My
7. Only You (And You Alone)
8. Beaucoups of Blues
9. Early 1970
10. Snookeroo
11. No-No Song
12. (It's All Down To) Goodnight Vienna
13. Hey Baby
14. A Dose of Rock 'n' Roll
15. Weight of the World
16. King of Broken Hearts
17. Never Without You
18. Act Naturally
19. Wrack My Brain
20. Fading in and Fading Out

DVD
"Sentimental Journey" (1970 promotional film)
"It Don't Come Easy" (1971 promotional film)
"Back Off Boogaloo" (1972 promotional film)
"You're Sixteen (You're Beautiful and You're Mine)" (1973 promotional film)
"Only You (And You Alone)" (1974 promotional film)
"Act Naturally" (with Buck Owens) (1989 music video)
"Goodnight Vienna" (1974 promotional film for album)


* 2년 전인 2007년에 모종의 용도로 작성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던 리뷰입니다. 잊고 있다가 최근에 발견(!)해서 블로그에 올립니다.



이집트를 탈출하는 유대인들처럼 비틀즈 멤버들이 애플 레코드를 빠져나간 1975년 이후, 링고 스타가 지금까지 거쳤던 레이블은 무려 10개다. 그의 투어 프로젝트인 '올스타밴드'까지 치면 16개다. 폴 매카트니가 몸담았던 레이블이 얼마 전 옮겨간 스타벅스의 음반회사 히어뮤직까지 4개고 존 레논이 3개, 조지 해리슨이 2개인 것에 비하면 정말 이곳저곳 전전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링고 스타는 소니와 BMG가 합병하기 전 메이저 음반사가 5각 체제(EMI-워너-소니-BMG-유니버셜)였을 때 다섯 곳 모두에서 앨범을 발표해 봤던 유일한 비틀즈 멤버이기도 하다.

이토록 많은 레이블을 옮겨 다닌 이유는 간단하다. 비틀즈 멤버라는 기대를 안고 계약을 맺지만 앨범 1~2장을 낸 후 참담한 흥행성적 때문에 레이블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애플을 나온 이후 링고 스타의 판매실적은 실패라기보다는 재난에 가깝다.

이런 긴 방황 끝에 링고 스타는 2007년,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EMI로 돌아왔다. 11번째 레이블이다. 그리고 복귀작으로 지금까지의 솔로 활동을 결산하는 베스트 앨범 "Photograph: The Very Best Of Ringo"를 발표했다.

"Photograph"는 링고 스타의 경력에서 세 번째 '베스트 앨범'이다. 1975년 애플과 EMI를 떠나면서 "Blast From Your Past"를 발표했고 1989년에는 EMI 이후 5장의 앨범을 정리한 "Starr Struck: Best of Ringo Starr, Vol. 2"를 라이노 레이블에서 발매했다. 이에 비해 "Photograph"는 비틀즈 해산 직후부터 가장 최근작인 "Choose Love(2005년)"까지의 35년을 20곡으로 정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Blast From Your Past" 앨범에 있던 10곡은 빠짐없이 재수록 됐고 "Starr Struck"에서는 3곡이 선택됐다. "Starr Struck"이후 발표한 앨범에서는 4곡이 '베스트'로 인정받았다.

애플시절의 발표곡으로 "Blast From Your Past"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새로 선정된 트랙은 '(It's All Down To) Goodnight Vienna'와 'Snookeroo' 두곡이다. 주목할 만한 트랙은 CD로는 처음 제작되는 'Goodnight Vienna'의 싱글버전과 벅 오언즈Buck Owens와의 듀엣버전의 'Act Naturally' 정도다. 'Act Naturally' 듀엣버전은 벅 오언즈 앨범에만 실려 있었고 링고 스타 음반에 수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년 전에 발표된 "Blast From Your Past"와 비교하면, 어찌됐건 수록곡도 배로 늘어났고 모양새도 2007년 현재까지의 링고 스타 활동을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음반이라거나 시의적절한 기획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Photograph"의 모든 수록곡들은 새롭게 리마스터링 되어 기존 CD의 트랙들보다 월등히 향상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링고 스타 카탈로그 대부분이 현재 재판 없는 절판상태거나 창고에 재고로 쌓여있어서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들처럼 리마스터링 버전으로의 재발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Photograph"의 잘 손질된 음원은 꽤 귀중한 자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지난 40여년간 끊임없는 수요를 창출해온 비틀즈 관련 아이템들 중 유독 70년대 후반 이후 링고 스타 솔로 앨범들만 '악성재고'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불운이나 대중의 편견 때문이 아니다. 팬들이 의무감을 넘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그 무엇을, 애플시절 이후 링고 스타의 음악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존, 폴 조지에게서 노래를 받고 때에 따라서는 그들을 직접 녹음에 참여시켰지만 그런 노스탤지어 마케팅으로 음악의 빈틈을 메울 수는 없다. 링고 스타 앨범의 최대 약점은 '음악' 그 자체다.

"Photograph" 앨범은 '링고 스타의 진짜 베스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앨범의 수록곡 중 '진짜' 베스트는 애플 시절에 녹음한 곡들이다. 이 말은 링고 스타 음악의 정수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굳이 한 장짜리 베스트 앨범이 아니라 1973년도 앨범 "Ringo"와 1974년의 "Goodnight Vienna"를 구입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두 앨범은 절판이나 품절 없이 시장에 공급되는 몇 안 되는 링고 스타 음반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링고 스타의 첫 번째 베스트 앨범인 "Blast From Your Past"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Photograph"로 업그레이드할 이유가 없다. 꿈에서도 링고 스타를 만나는 열혈 링고매니아가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Photograph"의 매력은 CD 자체가 아니라 한정판으로 발매된 CD/DVD 합본세트의 DVD다. DVD에 들어있는 6편의 프로모션 비디오는 그동안 유튜브 또는 유튜브만도 못한 화질과 음질의 해적판DVD로만 접할 수 있었던 필름들이다. 특히 링고 스타와 해리 닐슨Harry Nilsson의 유머감각이 빚어낸 'Only You'의 프로모션 필름은 B급영화의 정서와 뮤직비디오의 선구적인 결합으로 칭송받아 마땅한 걸작이다.

마지막으로 앨범 발매 전 EMI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언급이 없었지만 부클릿의 판권 정보를 보면 여러 음반사에 흩어져 있던 링고 스타 앨범의 통제권이 링고(와 EMI)에게 대부분 돌아왔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예외는 소니BMG가 배급권을 가진 "Time Takes Time(1992년)"과 90년대 후반 머큐리 레이블에서 발표했던 앨범들뿐이다.

링고 스타 앨범의 판매고를 봤을 때 70년대 후반 이후 EMI를 떠나 발표했던 앨범들이 EMI의 로고를 달고 재발매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달로그가 통합된 만큼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미발표곡과 아웃테이크를 모은 "링고 스타 박스세트"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