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LET IT BE... NAKED 매뉴얼 by 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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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BE... NAKED 매뉴얼


요즘 나오는 옛 명반들의 재발매반들은 녹음과 관련한 정보는 물론이고 자세한 해설들이 부클릿에 실리기 마련인데 우리 비틀즈 아저씨들은 애매모호한 앨범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정작 트랙에 대한 개별 정보는 한 줄도 실어놓지를 않았네요.
개인적으로도 궁금하고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될까 싶어서 일종의 Alternate Liner Note를 만들어봤습니다.


- 차례 -

1장. Track by Track - 수록곡 해설
2장 "올드 보이의 귀환" - 누구를 위한 앨범인가?
부록. LIBN에 관한 잡동사니 몇 개


[일러두기]
1. 약어
LIBN = LET IT BE... NAKED
PM = PAST MASTERS VOL.2
LP = 오리지널 LET IT BE 앨범
GJ = Get Back 세션의 실질적인 프로듀서였던 글린 존스Glyn Johns가 69년 5월 28일 제작한 첫 번째 GET BACK 앨범 마스터.
AN = ANTHOLOGY 3 Disk 2

2. GB코드에 관해
GB코드란 1994년 더그 설피Doug Sulpy와 래이 슈바이가르트Ray Schweighardt가 "Drugs, Divorce And A Slipping Image"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것입니다. 이 책은 겟 백Get Back세션이라고 알려진 69년 한달 동안 비틀즈가 남긴 녹음을 정리한 것입니다.
겟 백세션은 예전의 작업처럼 계획을 가지고 녹음한 게 아니라 리허설과 녹음, 세션을 되는 데로 진행했기 때문에 애비 로드의 스튜디오 기록처럼 정리된 문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크 루위슨의 책에도 이 시기의 내용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책의 두 저자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세션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구분을 위해 마치 클래식의 작품번호(오푸스 넘버)처럼 독자적인 번호를 부여했는데 이것이 GB코드입니다.
GB24.57은 69년 1월 24일 57번째로 녹음된 곡이라는 의미입니다. 소수점 앞의 숫자는 날짜를 뒤는 하루단위의 일련번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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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Track by Track


LIBN에 실린 11곡은 크게 Anthology 타입과 (Yellow Submarine) Songtrack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앤솔로지처럼 새롭게 공개되는 녹음이거나 몇 개의 테이크를 합쳐서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낸 경우로 Long And Winding Road, I've Got A Feeling, Don't Let Me Down이 해당된다. 송트랙 타입은 기존 버전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리믹스와 리마스터링을 통해 사운드의 쇄신만을 가한 경우로 앞의 3곡을 제외한 모두가 여기에 해당한다.

Yellow Submarine Songtrack은 수록곡의 대부분이 싸이키델릭 시대의 화려한 곡들이거나 스튜디오 기술의 제약이 심했던 시기의 것들이라 리믹스와 리마스터링 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Let It Be의 경우는 음악 자체가 기타와 드럼이라는 밴드의 기본적인 구성만으로 이루어져있고 또 적절한 스튜디오 기술의 세례를 받아 제작된 관계로 리믹스와 리마스터링 만으로는 송트랙과 같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LIBN은 필 스펙터가 덧붙인 군더더기들을 벗겨내고 처음의 의도를 재현했다는 주장과 달리 화려한 오케스트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제외하고 필 스펙터가 생각했던 기본적인 아이디어와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LIBN은 송트랙이 처음 나왔을 때의 충격을 재현하지 못하고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앨범은 영화의 사운드트랙, LIBN은 세션을 통해 만들어진 보다 완성된 형태의 음악 앨범으로 말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글린 존스의 첫 번째 믹스가 사운드트랙이건 앨범이건 "비틀즈의 원래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각 트랙이 기존의 버전과 어떤,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보도록 하자.

1. Get Back
PM에 실려있는 싱글 버전, 글린 존스의 버전, LP와 LIBN 버전 모두 같은 녹음(GB27.6)으로 만든 것이다.
다른 것들과 비교할 때 LIBN버전은 가장 간결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가장 완전한 형태를 보여주는 GJ버전과 비교할 때는 89초가 줄었고, 싱글버전보다는 37초 가량이 줄었다. 이렇게 줄어든 이유는 곡 말미의 반복주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LP버전과 비교할 때도 33초 짧지만 이 33초는 앞뒤의 대화이기 때문에 연주시간자체만 놓고 보면 LIBN버전과 차이가 없다.
LIBN의 Get Back은 우리 귀에 익숙해진 장식들 - LP버전에 들어있는 존 레논의 농담과 싱글버전의 반복주 - 이 없어 곡이 중간에 끝나버린 느낌이다.
AN에 실린 녹음은 완전히 다른 연주다.

2. Dig A Pony
LP에 실린 것보다 16초가 줄어들었지만 이 16초도 앞뒤의 대화부분이라 연주시간은 같다. 시간뿐만 아니라 녹음도 똑같다. 그러나 곡의 해석은 완전히 다르다.
LIBN 버전은 기존 것 보다 각 악기의 경계가 좁아지고 무뎌져 긴장감이 덜하다. 예를 들어 죠지 해리슨의 기타(오른쪽 채널)는 같은 연주지만 완전히 다른 소리로 들린다. 존의 보컬도 더 맑아지고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곡의 토대를 이루던 두 기타(존과 죠지)의 대립각마저 사라져 버려 균형이 무너져 버렸다. 개인적으로 필 스펙터의 접근방식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30일 옥상공연의 녹음이며 AN에 실린 것은 다른 연주다.

3. For You Blue
글린 존스는 25일 녹음된 트랙(GB25.25)을 골라 앨범을 만들었다. 필 스펙터는 같은 트랙에 보컬만 70년 1월 8일 다시 녹음했다. LIBN은 필 스펙터와 마찬가지로 같은 트랙에 1월 8일 보컬 오버더빙을 사용했다. 결국 LP에 들어있는 4초 가량의 짧은 대화부분만을 제외하면 두 곡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없다.
LIBN의 11곡 중 가장 실망스러운 트랙이다. AN에 들어있는 것은 다른 연주다.

4. The Long And Winding Road
GJ, LP, AN 모두 같은 트랙(GB31.20)인데 반해 LIBN은 같은 날 녹음 된 다른 연주(GB31.22 또는 테이크 19)를 사용했다. 테이크 19은 무비 테이크라고도 불리는데 영화 "렛 잇 비'에서 들을 수 있는 버전이기 때문이다.
"앤솔로지" DVD에 들어있는 것과 비교해 들어보면 LIBN은 폴의 보컬 트랙에 약간의 편집이 더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빌리 프레스톤의 오르간 연주 때 폴의 허밍이 영화에는 들어있지만 LIBN에서는 사라졌다.
후반부 링고의 하이 햇은 너무 두드러져 약간 뭉게 주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튼 이 곡은 LIBN 최고의 트랙 중 하나다.

* 마크 루위슨은 기존 버전이 1월 26일 녹음(GB26.39)됐다고 주장했다. (AN의 부클릿을 보라) 어느 쪽이 맞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필자는 31일 녹음됐다고 생각한다.

5. Two Of Us
역시 LP와 LIBN은 같은 트랙(GB31.5)으로 만들어졌다. 차이라면 LP버전 앞부분의 말소리를 제외하고도 LIBN보다 약 5초 정도가 더 길다는 점.
노래가 끝난 후 이어지는 반복주 - 주로 휘파람으로 이루어진 - 는 다른 연주(GB31.7)에서 이어 붙인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Get Back 싱글버전의 반복주도 다른 연주(28.1)에서 따 온 것이다.
LIBN은 존의 보컬 비중이 대폭 커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여러 부분이 LP버전보다 향상됐다. GJ와 AN에 실린 것은 모두 24일 녹음된 다른 연주다.

6. I've Got A Feeling
비틀즈는 30일 옥상 공연에서 이 곡을 두 번 연주했다. 그중 첫 번째 것(GB30.4)은 LP에 들어있다. LIBN은 두 번째 버전(GB30.9)을 기반으로 첫 번째 버전과 통합해 만들어낸 새로운 믹스다. 가령 존이 노래하는 부분(Everybody Had A Hard Year)은 첫 번째 버전에서 가져온 것이다.
옥상공연의 연주 자체만 놓고 보면 첫 번째 버전이 두 번째 버전보다 훌륭하지만 애비 로드의 기술자들은 두 번째 버전을 가지고 완벽한 성형수술에 성공했다. 기술진의 손을 거친 두 번째 버전은 완전히 새로운 하드 록으로 다시 태어났다. LIBN의 숨겨진 보물이다.
GJ와 AN에 실린 것은 23일 녹음된 스튜디오 버전이다.

7. One After 909
이어지는 옥상공연의 연주. GJ, LP, LIBN 모두 같은 연주(GB30.6)지만 GJ는 앞뒤로 모두 29초 가량의 대화가 덧붙어 있고, LP버전은 연주 후 존이 "대니 보이"를 부르는 11초가 이어져 있다.
LIBN은 이런 장식들을 걷어내고 비틀즈의 연주만 담고 있는데 3가지 버전 모두 믹싱의 차이는 거의 없다. 필 스펙터 쪽이 귀에 익어서 그런 지 몰라도 약간 우세한 느낌이다.

8. Don't Let Me Down
처음으로 공개되는 옥상공연 버전이다. LIBN은 I've Got A Feeling처럼 옥상공연의 두 개의 버전을 기술적으로 이어 붙여 만들었다. 기본은 옥상공연의 첫 번째 버전(GB30.3)이고 두 번째 버전(GB30.12)이 편집용으로 사용됐다. 증거는 중간에 템포가 느려졌다가 다시 빨라지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PM에서 들을 수 있는 싱글버전보다 템포가 매우 빠르다. LIBN은 새롭긴 하지만 28일 애플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싱글버전에 비해 끈적끈적한 블루스의 맛이 사라져 버렸다. LIBN 발매 전 많은 기대를 했던 트랙이지만 베스트는 역시 싱글 버전이다.

9. I Me Mine
이 곡은 LIBN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트랙 중 하나다.
이 곡은 70년 1월 3일 글린 존스가 두 번째 마스터를 만들 때 녹음된 것으로 필 스펙터가 LP를 제작할 때도 사용됐다. 필 스펙터의 그림자를 없앴다는 LIBN에서 겟 백 세션의 버전을 놔두고 1년 뒤 녹음된 트랙을 다시 사용한 것이다.
특히 1분 34초 밖에 안 되는 오리지널 연주(AN에서 들을 수 있다)를 한번 반복시켜 연주시간을 연장한 필 스펙터의 아이디어도 그대로 이어졌다.
기존 버전과 LIBN의 차이는 4초 정도 짧아진 연주시간과 오케스트레이션이 제거됐다는 정도다. 오케스트레이션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오르간 소리가 돋보인다.

10. Across The Universe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겟 백 세션 중 수많은 버전이 녹음됐지만 LIBN은 필 스펙터가 채용한 68년 2월의 테이크 9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테이프 속도를 늦춘 것도 필 스펙터와 똑같다.
이 곡의 오리지널 스피드는 AN에 들어있는 테이크 2를 참고하면 된다. PM에 들어있는 와일드 라이프 버전은 반대로 속도를 약간 빠르게 했다.
LIBN은 기존 버전보다 8초 정도 빨리 끝나고 오케스트레이션과 합창이 제거됐다. 하지만 기존 버전과의 느낌의 차이는 거의 없다. 오리지널 스피드에 에코를 걷어냈다면 진정한 Naked 버전이 됐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11. Let It Be
LIBN의 발매로 모두 6개의 서로 비슷비슷한 버전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
25일 녹음된 AN의 버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31일 녹음된 테이크 27A(GB31.38)에 기반하고 있다.
GJ에 실린 것은 테이크 27A로 LIBN보다 4초 정도 짧다. 기타 솔로는 69년 4월 30일 죠지가 새로 녹음한 것이 더빙되어 있다. 존의 베이스 연주와 두 번째 Mother 부분에서 폴이 피아노 코드를 잘못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PM의 싱글 버전 역시 테이크 27A로 연주시간은 GJ와 같다. 기타 솔로는 4월 30일 것이 그대로 사용됐고, 잘못된 피아노 코드도 역시 그대로다. 그러나 70년 1월 4일 새로운 드럼, 백코러스, 폴이 새로 녹음한 베이스가 오버더빙 됐다.
필 스펙터는 기타 솔로를 70년 1월 4일 죠지가 새로 녹음한 것으로 교체했다. 싱글버전의 오버더빙은 그대로 이어졌고 피아노 코드도 수정되지 않았다. LIBN에 비해 8초 정도가 더 길다.
영화에 사용된 것은 테이크 27A와 27B의 합성이다. 전반부는 27A 후반부는 27B다. 죠지의 기타 솔로는 27A의 오리지널이 들어있다. 후반부가 27B로 교체되어 잘못된 피아노 코드는 들을 수 없으며 결정적으로 한 부분의 가사가 다르다. 70년 1월 4일 녹음된 오버더빙은 당연히 들어있지 않다. LIBN에 비해 7초 정도 길다. 이 버전은 영화와 "앤솔로지" DVD에서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LIBN은 역시 테이크 27A를 기반으로, 70년 1월 4일의 오버 더빙이 모두 들어있으며, 폴의 피아노 코드가 수정돼 있다. 기타 솔로는 27A의 것과 유사하지만 27B의 것일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어떤 기타 솔로를 선호하느냐 여부인데 화려한 연주를 즐긴다면 LP를, 고전적인 연주를 즐긴다면 PM을, 수수하지만 가스펠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폴의 의도와 조화를 이룬 연주를 원한다면 LIBN을 선택하면 된다.
종합적인 면에서는 LIBN의 트랙이 가장 우수하다.

12. FLY ON THE WALL
확인 가능한 것 또는 추정할 수 있는 것들만 모았다. ()는 원래의 연주시간.

Sun King / Don't Let Me Down GB2.19 1:07(3:39)
이것은 2일 녹음된 것으로 앞의 대화 부분을 포함해 3:39초 짜리 트랙을 편집한 것이다.
겟 백 세션의 첫날 폴은 지각을 했는데 멤버들이 연주 도중 트위큰헴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폴에게 새해 인사를 하는 것이 들린다.

One After 909 GB3.45 0:09(3:41) / Because I Know You Love Me So GB3.46 1:32(2:57)
존과 폴이 데뷔하기 전에 함께 작곡했던 노래 중 하나다.

Don't Pass Me By GB3.17? / Taking A trip To Carolina GB3.19 0:19(0:22)
Don't Pass Me By와 앞의 대화는 같은 트랙으로 보인다. 이어서 링고의 작품인 Picasso(GB3.18)가 넘어가지만 이걸 들어내고 또 다른 링고 작품인 Taking A trip To Carolina로 바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아쉽게도 이 두 곡의 링고 노래는 이후의 겟 백 세션에서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John's Piano Piece ?
마치 Imagine의 코드 진행처럼 들린다.

Child Of Nature GB24.15 또는 24.17

Back In The U.S.S.R. GB3.89 0:09(0:11)

Every Little Thing GB3.90 0:09(0:24)

12:13경에 들리는 기타는 I Found Out의 리프처럼 들린다.

Paul's Piano Piece GB10.22 1:01(2:09)
폴이 새뮤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피아노로 연주한 것(GB3.1)은 바로 영화 "렛 잇 비"의 도입부에 나온다. 하지만 영화와 비교해 보니 연주가 다르다. 폴은 겟 백 세션 동안 이 곡을 4번 연주했는데 GB3.1을 제외한 것 중 둘은 연주시간이 1분 미만이다. 따라서 GB10.22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Maggie Mae GB24.37? 0:22(0:58)
필 스펙터 앨범에 들어있는 Maggie Mae와는 다른 버전

Fancy My Chances Will You GB24.38 0:27(0:27)
Because I Know You Love Me So처럼 존과 폴의 초기 작품인지 아니면 즉석에서 만든 노래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Can You Dig It? GB 24.73 0:31(4:56)
말미에 존이 말하는 부분("Can you dig it...")은 필 스펙터 앨범에 사용되었지만 완전히 다른 연주다.

부클릿에는 적혀있지 않지만 디스크 끝자락(21:30무렵)에 나오는 짧은 기타 코드는 I Lost My Little Girl처럼 들린다. 이 곡은 24일 딱 한번(24..55) 연주됐기 때문에 이 앞의 Get Back도 24일 녹음 된 것으로 생각된다.

언제 녹음 됐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것들만 보아도 Fly On The Wall 디스크는 겟 백 세션의 전반을 아우르는 게 아니라 특정날짜(2일, 3일, 24일)의 녹음을 기반으로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2장 "올드 보이의 귀환"


LIBN의 전체적으로 보면 기존 앨범보다 향상되거나 크게 달라진 곡은 Get Back, The Long And Winding Road, Two Of Us, I've Got A Feeling, Let It Be 정도다. 모두 폴 매카트니의 대표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머지 곡들은 사실 오케스트레이션을 걷어낸 것 외에 필 스펙터 버전을 단순하게 리믹스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비틀즈의 처음 생각을 32년만에 재현했다는 선전과 달리 사실 LIBN의 바탕은 기존 앨범에 대한 폴 매카트니의 "이상한 수정주의"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앨범의 첫 번째 목적지만 중요한 의도는 다른 데 있다.

지난 10여년 간 계속된 비틀즈 르네상스를 통해 확인된 사실은 전세계에 퍼져있는 열성적인 비틀즈 팬들은 비틀즈의 앨범이라면 그것이 어떠한 기획이든 무조건 구입한다는 사실이다.

그 비틀즈 팬의 절대 다수가 40~50대이다. 이 세대는 비틀즈에 대해 놀라울 정도의 충성을 보여주고 있고 아무리 비싼 아이템이라도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지녔다. 이들은 이미 자신의 기호가 굳어져 있기 때문에 비틀즈의 새 앨범과 최근 히트앨범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새로운 아이템의 발매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건 외국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들이 10년에서 20년 정도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비틀즈의 시장에서의 위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2000년 발매된 1앨범을 통해 비틀즈의 음악을 거의 접하지 않고 자라난 세대(10대~20대중반)에게도 여전히 비틀즈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EMI와 비틀즈는 이 새로운 시장에 흥분했고 이들을 보다 더 비틀즈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하지만 이들은 곡 커다란 딜레마에 봉착했다. 기존의 성인 팬들은 비록 비틀즈와 관련된 모든 것을 원하지만 주로 새로운 아이템, 예를 들어 앤솔로지 같은 기획을 선호하는데 반해, 새로운 팬들은 비틀즈의 미발표곡 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다. 이들은 비틀즈의 모든 발표곡을 들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비틀즈가, 보다 정확히 말하면 30~40년 전 부모나 조부모들이 듣던 음악이 자신들이 지금 듣는 음악과 비교해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비틀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역사책이 아니라 그냥 요즘 음악과 섞어 놓아도 구분이 안가는 그런 현대적인 사운드의 밴드다.

시장에서 이 두 개의 상반된 기호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1처럼 베스트 앨범만 계속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고민 끝에 만든 것이 LIBN이다. 예전부터 계속된 겟 백 세션에 대한 팬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동시에 보다 현대적인 사운드로 새로운 팬들을 겨냥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놓쳐 버렸다. 지난 10여년 간 시장에 나온 비틀즈 음반 중 열성적인 팬들 사이에서 이토록 찬반양론이 엇갈린 경우는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더 가까워져야 알 수 있겠지만 10대들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새 앨범이나 쟁쟁한 힙합아티스들을 제치고 LIBN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국내반 해설지를 쓴 임진모가 LIBN이 "팬들을 위한 좋은 선물"이라고 한 것은 앨범의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때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처음에 필 스펙터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는 작업을 생각했다면 보다 더 과감한 접근으로 LIBN을 만들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 지도 모른다. LIBN의 I've Got A Feeling처럼 애비 로드의 쟁쟁한 기술진과 겟 백 세션의 공개되지 않은 거친 연주를 결합시켜 요즘 추세의 매우 건조하고 무거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면 1앨범의 성공을 뛰어넘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부록. LIBN에 관한 잡동사니 몇 개

* Fly On The Wall 디스크를 기획하고 부클릿을 쓴 케빈 하울렛Kevin Howlett은 BBC라디오 프로듀서로 비틀즈의 BBC출연을 추적조사해서 유명해졌으며 비틀즈의 BBC라이브 앨범의 제작에 참여했다.

* Let It Be... Naked라는 제목은 "벌거벗긴 렛 잇 비"라는 뜻과 문장 그대로 해석해 "벌거숭이가 되자"는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 비틀즈의 전통과는 크게 벗어난 어설픈 유머다.

* 앨범 커버 디자인은 사진 네가 필름을 사용해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사운드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유독 죠지 해리슨의 사진만 교체된 이유는 원래의 사진을 네가 필름으로 만들 경우 눈의 흰자위와 하얗게 드러난 이가 검게 변해 우스꽝스럽게 변하기 때문이다.

* 기존 앨범 커버의 네모 반듯한 분할이 매우 60년대적 이라면 비스듬히 겹쳐진 필름은 LP사이즈에서 CD사이즈로 축소된 커버 디자인 공간에 잘 어울리는 아이디어로 요즘 밴드들의 CD 디자인과 흡사하다.

* 부클릿에 사용된 사진과 문구는 오리지널 LP와 함께 발행됐던 사진집에서 발췌한 것이다. LET IT BE LP는 아주 적은 양의 초판이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유럽 등지에서 LP와 Get Back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사진집이 세트로 묶인 형태로 발매됐었다.

* LIBN의 발매를 통해 전설적인 옥상 공연은 두 개의 미공개 Get Back 연주를 제외하고 모두 이러 저러한 형태로 공개됐다. 팬들이 그토록 원하던 오리지널 Get Back 앨범과 옥상공연의 완전한 공개는 이제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 LIBN의 제작에 참여한 애비 로드 기술자들(부크릿 뒷표지 참조)은 모두 이전에 비틀즈 관련 프로젝트에 한번 이상 참여했던 베테랑들이다.

* LIBN의 발매와 상관없이 영화 "렛 잇 비'의 DVD 발매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새롭게 리마스터링 된 감독판 "렛 잇 비"는 공장에서 찍어내기만 하면 되는 단계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 연기되고 있다.


핑백

  • SOUNDZ ...beg, borrow or steal : 인터넷에 자주 올라오는 비틀즈 질문 10가지(10faq) ver4.0 2008-03-28 01:45:11 #

    ... 매카트니 곡들은 상당히 손을 많이 본 반면 존이나 조지의 곡은 필 스펙터 버전과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Naked라는 제목은 상당히 오버인 셈이지요. 더 알아보기: Let It Be... Naked 심층분석 Q7: "LOVE"는 도대체 무슨 성격의 앨범이지요? => 2006년 발표된 앨범 "LOVE"는 같은 제목으로 현재 라스 베가스에서 공연 중인 서커스 쇼의 사 ... more

덧글

  • 볼텟커 2008/10/05 09:50 # 삭제

    그냥 어울리지도 않고 덕지덕지 갔다붙힌거 같은 오케스트라가 없어서 좋음
  • 석원 2008/10/05 22:05 #

    그게 또 좋은 사람들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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