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의 대안은 결국 CD? by 석원

대세론을 빙자한 대안부재론

이번 비틀즈The Beatles 카탈로그 재발매가 CD온리로 결정된 것은 물론 비틀즈(정확히는 폴+링고+요코+올리비아)가 5.1채널 리믹스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SACD같은 차세대 매체로 발매하려면 밥 딜런Bob Dylan이나 스톤즈Rolling Stones 재발매 때처럼 다채널 믹스를 포함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단순한 리마스터링도 허락하지 않았던 비틀즈가 5.1채널로의 리믹싱을 허락할 리 만무하지요. 기술적으로도 어려움 점이 많습니다.

여기다가 애플과 EMI가 1987년처럼 전체 가탈로그의 순차적인 분할 발매(비틀즈 카탈로그가 처음 CD로 발매됐을 때는 총 3회에 걸쳐 진행됐습니다)가 아니라 일괄발매를 선택했기 때문에 SACD로 제작할 경우 총구입가가 너무 높아져 오히려 판매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겁니다.

결과만 놓고보면 음반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가가치가 높은 카탈로그가 차세대 매체가 아닌 이제는 구세대(?) 매체 취급을 받는 CD로만 발매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차세대 음반매체 시장 형성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지난 7~8년간 끌어온 대안논쟁이 결국 청산대상인 CD를 다시 주역의 자리로 복귀시키면서 끝나는 형국입니다.

물론 다운로딩 시장이 CD의 미래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CD가 LP를 밀어냈듯이 다운로딩이 CD를 박물관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음반시장이 다운로딩으로 재편된다고 하더라도 음반형태의 상품을 원하는 욕구는 사라질 수 없습니다. 그건 LP보다 CD를 선호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비틀즈 카탈로그의 재발매는 역설적으로 CD의 시장수명을 최소 몇년은 더 연장시키는 계기가 될겁니다. 2000년대 초반에 유니버셜이 스톤즈 카탈로그 재발매로, 소니가 밥 딜런 카탈로그의 재발매로, SACD를 대안으로 강력하게 밀었지만 결국 그 이후 일반CD 형태로 모두 재발매했던 경험에서 보여지듯이 지금 시장에서 CD 외에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일본에서 불고 있는 업그레이드CD 유행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영상분야와 달리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최소한 2012년 이전에 CD외의 다른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시장 총액 규모는 끊임없이 감소하겠지만 말입니다.

덧글

  • 간달프 2009/04/13 14:29 #

    근데 왜 허락하지 않는 거죠? 원래의 느낌이 훼손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지?
  • 석원 2009/04/13 15:25 #

    그간 비틀즈가 리마스터링을 허락하지 않았던 이유는 "비틀즈의 음악은 이제 역사기 때문에 손대면 안된다"였습니다. 제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언론에 나온 것입니다. 리마스터링도 이렇게 생각했는데 리믹싱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이 분들이 생각을 고쳐먹은 계기는 앤솔로지 작업의 결과물과 5.1채널로 리믹싱한 옐로우 서브마린 사운드트랙을 듣고 나서라고 합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비틀즈 카탈로그의 리마스터링은 결심했는데 차세대 매체, 다운로딩시장, 솔로 프로젝트 등이 중첩되면서 시기를 놓쳤다가 이제서야 나오게 됐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 giantroot 2009/04/13 15:47 # 삭제

    영상이야 눈에 뵈는게 (?) 있으니깐 차세대 매체가 힘을 얻고 있지만... 음향은 참...

    CD가 뛰어난 물건인지, 아니면 5.1채널(를 비롯한 차세대 매체)이 거대한 뻥카였는지 잘 모르겠군요;;; (혹은 둘다였다던가)
  • 석원 2009/04/13 22:39 #

    CD가 기술적인 면이건 실용적인 면이건 그다지 매력적인 매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사장되기는 했지만 MD가 가장 이상적인 음반매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여행 2009/04/13 17:24 #

    제레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을 이야기했는데, 정말 그런 날이 올려나요? 전 안왔으면 좋겠는데^^ LP, 비디오테이프도 그렇고....조만간 시디나 디비디도 그렇게 될까요^^
  • 석원 2009/04/13 22:41 #

    소유의 종말에는 동의하지만 저의 콜렉션을 내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음? ^^;;

    DVD는 이미 한계에 왔다고 보고요, 늦어도 3년 안에 영상물시장은 블루레이로 대체될 것 같습니다.
  • 한결 2009/04/13 17:40 #

    흠...콘서트도 아니고 그냥 음악을 굳이 5.1로 들어야하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그냥 2채널로 듣는 게 가장 좋지 않나요?
  • 석원 2009/04/13 22:42 #

    그게 저도 이해가 안 갔는데 천만원 넘어가는 시스템으로 한번 들어보니까 왜 5.1채널을 찾는지 알겠더라구요.

    하지만 동시에 이거 결코 대중화되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군가 이어폰으로 5.1채널을 재현하는 기술을 발명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에요.
  • 지기 2009/04/14 10:29 #

    다운로드 음원의 어떠한 기술적 진보로도 도달할 수 없는 씨디만의 성역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씨디는 거울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흐흐.
  • 석원 2009/04/14 21:50 #

    앞에 있었으면 한대 때려줬을 텐데...

    만약 음반다운로딩시장이 mp삼 같은 압축파일이 아니라 무손실음원 중심으로 이동한다면 아마 CD도 상당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CD의 유일한 장점은 보존성과 부클릿 정도만 남겠지요.
  • rumic71 2009/04/14 11:21 #

    꼭 5.1 채널이 아니더라도 2채널 SACD만으로도 충분히 음질차이는 나지만(특히 공간감), 비틀즈의 경우는 확실히 오래된 소스이니 손대지 않고는 어렵겠군요.
  • 석원 2009/04/14 21:52 #

    65년 이전의 녹음들이야 5.1로 만든다는게 아무런 의미도 없고, "페퍼상사" 같은 경우는 "옐로우 서브마린 송트랙"을 통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지만 트랙다운되어있는 원본녹음의 소리들을 기계적으로 분리시켜야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접근은 확실히 아닙니다.
  • STICKy 2009/04/28 08:47 # 삭제

    롤링 스톤즈 SACD는 스테레오만 들어있는데요. 올해 나올 것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요.
  • 석원 2009/05/02 13:44 #

    오호, SACD라 당연히 다채널 믹스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정정해주셔서 감사. 근데, SACD플레이어랑 5.1시스템이 있으신가봐요. 부럽...
  • STICKy 2009/04/28 08:48 # 삭제

    책에도 hardcover, paperback 따로 팔듯이 CD, SACD(hybrid면 더 좋겠죠)로 같이 나가는 건 아닌지....
  • 석원 2009/05/02 13:46 #

    현재 시장 분위기는 SACD는 죽은 개 취급 당하는 흐름인 것 같습니다. 일단 DVD오디오와의 경쟁에서는 승리했지만 정작 주 고객이 되어야 할 오디오파일들은 클래식이건 팝이건 SACD보다 고품질 LP로 회귀하는 추세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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