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데이비드(벨앤세바스챤)는 데뷔 전 7년동안 실업수당을 받았다고 합니다. by 석원

이택광님의 가난해도 행복한 나라

위의 글을 꼭 읽어보시기 바립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것이 왜 행복하지 않은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본문 중, "그런데, 이렇게 문화가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그 무엇도 아닌 사회보장제도이다. 성장을 외치면서 파이를 키워야 나눠먹을 것도 많아진다는 발상만으로 문화강국의 길은 요원하다." 이 부분이 핵심이지요.

그러나 진짜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산타클로스나 여왕님이 주신 선물이 아니라 영국노동계급의 기나긴 투쟁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물론 글 쓴 분이 이걸 몰라서 빼먹은 것도 아니고 외부기고의 제한된 지면 안에 A부터 Z까지 다 집어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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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는 너무 먼 과거니까 잘라먹고, 20세기만 놓고 보면 영국 노동자들은 9일 동안 영국 전체를 말 그대로 손가락만 빨고 있게 만들었던 1926년의 총파업을 비롯해 산업혁명의 종주국답게 지난한 노동자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영국의 노동자계급이었습니다. 젊은 노동자들은 군인이 되어 죽거나 부상을 입었고, 공장에 남았던 노동자들은 독일군의 전략폭격으로 죽어갔습니다. 여성들은 남자들 대신 공장에서 무기를 만들어야 했지요. 임금은 동결됐고 식량은 배급됐습니다. 그렇게 7년을 버틴 것이지요.

1945년 전쟁이 끝나고 치러진 영국총선의 승자는 전쟁영웅 처칠이 아니라 노동당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당당하게 희생의 대가를 요구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회복지였지요. 구체적으로는 의료보장(NHS), 연금, 실업수당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영국 사회사는 이 사회보장제도를 둘러싼 끊임없는 대결의 장이었습니다. 공격의 선봉에는 그 유명한 대처여사님께서 있었습니다. 노동자들도 손가락 빨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광부들은 전쟁에 가까운 파업으로 맞섰지요. (다들 "빌리 엘리어트"는 보셨겠지요?)

대처가 '인두세'라는 중세시대의 유물을 꺼내들었을 때 영국인들은 '촛불'로 맞서지 않았습니다. 횃불로 저항했지요. 인두세 백지화는 대처 정권의 첫 번째 패배였습니다.

미국의 록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가슴에 묻혀버려도 영국의 록이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것 역시 바로 이 복지제도 덕분이지요. 90년대 중반 토니 블레어가 취임하자마자 복지제도 개혁을 빌미로 실업과 연금 수당을 줄이려고 했을 때, 불과 얼마 전까지 토니 블레어와 함께 선거 캠페인을 벌였던 록스타들은 즉각 반대에 나섰습니다.

NME는 이안 브라운, 자비스 코커 같은 스타들이 데뷔 전 몇 년 동안 실업수당을 받았는지 조사해 특집을 마련했었지요. 록스타들은 당연히 블레어가 실업수당을 줄이건 말건 아쉬울 게 없는 부자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메시지는 간단했습니다. "실업수당이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쯤 접시나 닦고 있었을 것이다" 영국인들이 콜드플레이와 아크틱 몽키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의 유전자가 우리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라 이런 사회적 배경이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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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투쟁의 근본적인 동기는 개인의 이익입니다. 파업이건 사회적 저항이건 자기 자신의 이익과 이기심이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지요.

그러나 투쟁이 아름다운 이유는 개인적인 이기심들이 모여 궁극적으로 모두를 위한 이익, 제도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노동운동이 손가락질 받아야 한다면 투쟁을 너무 자주 벌여서가 아니라 투쟁을 통해 이런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행복하게 사는 거 이론적으로는 간단합니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기심이 모두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개인 차원에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회적 제도, 즉 사회보장(복지)제도인 것입니다.

너무... 먼 나라 이야기인가요?


뱀발: 그런데 트랙백한 원본의 제목 "가난해도 행복한 나라"는 잘못된 제목이 아닐까요? 글을 읽어보면 글쓴 분은 "가난하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나라는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저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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